잦은 시작, 빈번한 포기,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당신.

작은 인정, 큰 만족.

전에는 제법 날렵했다.
항상 넘치는 에너지로 뛰어다녔고, 몸매는 군더더기 없이 건강했으며
언제나 중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성실하게 살았고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몇년이 지났을까, 작은 성취감과 인정,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 작게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 난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

난 이것들을 누릴 가치가 있어.

흙수저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것마저 없는 無수저가 되었다.
집은 엉망이었고, 벗어날 어떤 힘도 의지도 없었다.

하루 세번 밥을 먹지 못하는 날은 많았다.
하지만 안타까움, 동정심, 측은함을 받지 못한 날은 없었다.

악에 받쳤다.

비난과 수군거림, 내 잘못이 아닌대도 내가 받아야 하는 고통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성싱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4시간, 5시간씩 자며 몇달을 버텼다.

몸은 보이지 않는 지하 밑바닥까지 잠기고
정신은 피곤에 절어 혼미했지만
끔찍하게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작은 성공들을 맛보기 시작했다.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제법 괜찮았따.
숨이 조금씩 트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위해 조금 더 시간과 돈을 쓰기로 했다.
지나가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 더 바라보기로 했다.
사고 싶었던 것을 조금씩 더 사고,
사람들을 만나 조금씩 더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더 누려보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어슬렁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작은 비난에, 작은 인정에 격하게 반응했다.

그래, 지난 몇 년 고생하길 잘했어.

사람들의 작은 인정에 길들여지기 시작하자,
더욱더 그것에 얽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난, 동정심에도 꿋꿋하게 달려가던 나는
누군가의 작은 비난에 격하게 반응하고
격분하고 더 큰 비난으로 되갚아주었다.

작은 인정에 격하게 반응했고,
작은 비난에 더 격하게 반응했다.

뛸 수 없었다.
달리던 방법을 잊었다.
잘 뛰던 기억은 남아있었다.

그래서 더 자괴감이 들었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늪으로

사람들의 비난을 먹이로 삼아
나 스스로를, 내 가족과 내 상황과 환경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판단력은 흐려지고 자괴감과 비난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조금만 달려도 힘이 들었다.
예전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더 큰 비난과 경멸을 먹였다.

이상하다.
예전엔 비난과 손가락질도 동력으로 바꾸어버리던 나였는데.
안된다.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리며 더듬더듬 다시 뛰기 시작했다.

퍼포먼스가 좋았던 시절,
한껏 웃으며 제껴버렸던 많은 사람들이
묵묵하게 자신의 속도대로 뛰어가며 나를 다시 지나쳐갔다.

얼마 남지 않았던 자존심이 다시 뾰족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은 애초에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지나치며 날렸던 냉소에도 그들은 반응하지 않았고
다시 나를 지나쳐갈때도 나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목표만을 바라보았고
작은 성취나 작은 실패에도 연연하지 않고
묵묵하게 꾸준하게 뛰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무겁고
마음도 아프고 마음도 무거웠다.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당신

멈추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애쓰고 수고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다.
그래도 멈추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다.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일어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시 일어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아마 장애물을 극복하라는 격언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사실 장애물은 계속 뛰다보면 어떻게든 넘게 된다.
오히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유혹이다.

작은 성취감의 유혹,
작은 인정의 유혹,
작은 쾌락의 유혹.

이 정도는 누려도 되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잠깐 멈추어도 되겠지.

부디 멈추지 않길,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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